피부는 박 속처럼 하얗고 달덩이처럼 환한 얼굴이었다 갸름한 콧날과 붉은 입술 
살포시 청년의 어깨에 교구를 기댄 그녀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했다 
문득 파도를 내려다보고 있던 당문이 처연하게 입을 열었다 
애랑 알고 있소 나 당문이라는 인간을 
애랑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나 이내 달콤한 미소를 떠올렸다 
저도 당신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그러나 지금은 아무 것도 알고 싶지 않아요 
오직 애랑이 필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의 당신일 뿐이에요 
당문은 자조의 미소를 띄우며 애랑의 해맑은 눈을 주시했다 
애랑의 눈빛은 언제 보아도 청량했다 이 소녀의 눈빛만 보면 가슴 깊이 사무친 
원한이 눈 녹듯 녹아 내리는 것만 같다 그는 신음을 발하며 말했다 
내 마음 또한 당신과 같소 
아… 당문 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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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대로 영원히 애랑과 함께 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오 하나… 
내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해진 약혼녀가 있소 내 아버지 때부터 정해진 
애랑은 처연히 고개를 떨구었다 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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